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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e' 원작 소설과 영화 비교: 설정이 이렇게 달라졌다고?

by cocoly_chae 2025. 8. 5.

제목 'Dune' 원작 소설과 영화 비교: 설정이 이렇게 달라졌다고?를 주제로 한 저녁노을이 지는 사막
저녁노을이 지는 사막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드니 빌뇌브의 '듄' 영화를 먼저 봤다. 2021년에 극장에서 보고 나서 완전히 매료되어서, 그제야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 '듄(Dune)'을 주문했다.

"영화가 이렇게 좋으면 원작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

이런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는데... 아, 이게 정말 같은 이야기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부분들이 많아서 당황했다.


처음 느낀 가장 큰 차이점

영화를 먼저 본 내 입장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폴 아트레이데스의 나이였다. 영화에서는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해서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원작에서 폴은 고작 15세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어? 이 캐릭터가 15살이라고?" 하면서 멈춰서 다시 확인했다. 특히 체니와의 로맨스 부분에서는... 음, 좀 어색했다. 영화에서는 성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로 봤던 장면들이, 원작에서는 15세 소년의 이야기라니.

하지만 며칠 더 읽어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원작의 폴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베네 게세리트 훈련을 받은 초인적 존재로 그려진다. 빌뇌브 감독이 나이를 올린 건 현대 관객들에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한 선택인 것 같다.


레이디 제시카, 이렇게 다른 캐릭터였다고?

영화에서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제시카는 강인하면서도 절제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원작의 제시카는... 훨씬 더 감정적이고 인간적이다.

특히 레토 공작이 죽고 난 후의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영화에서는 슬픔을 억누르며 폴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 원작에서는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는 모습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아, 이래서 원작 팬들이 영화 캐릭터에 대해 아쉬워했구나" 싶었다. 원작의 제시카가 더 입체적이고 복잡한 캐릭터라는 걸 읽으면서 깨달았다.


스틸가의 첫 등장, 완전히 다른 임팩트

이 부분에서 나는 정말 당황했다. 영화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스틸가는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원작에서 스틸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잠깐, 이게 맞나? 폴과 제시카를 처음 만났을 때 스틸가가 제시카를 죽이려 했다는 걸 읽고 책을 덮고 다시 펼쳤다.

영화에서는 경계는 하지만 곧바로 동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는데, 원작에서는 훨씬 더 적대적이고 불신에 가득 찬 관계로 시작한다. 프레멘들의 생존 본능과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원작에서 훨씬 더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시간의 흐름, 이것도 이렇게 다를 줄이야

영화를 볼 때는 모든 일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원작에서는... 아라키스에서의 시간이 훨씬 길게 흘러간다.

특히 폴이 프레멘이 되는 과정이 원작에서는 몇 년에 걸쳐 일어난다. 영화에서는 몇 달 정도로 압축된 느낌이었는데, 원작을 읽으니 폴의 변화가 더 점진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폴과 체니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는 첫눈에 반하는 로맨스 같았다면, 원작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훨씬 길고 깊이 있게 그려진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 내면의 목소리들

원작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의 내면 독백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폴의 프레시언트(미래를 보는 능력) 능력이 원작에서는 훨씬 더 복잡하고 괴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수많은 미래를 동시에 보면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폴의 내면"을 영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책에서는 몇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는 복잡한 심리 상태가, 영화에서는 티모시 샬라메의 표정 연기로만 전달되어야 했으니까.


결국 내린 결론

한 달 정도 걸려서 원작을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도 영화와 원작 모두 더 좋아지게 되었다.

빌뇌브 감독이 얼마나 신중하게 각색했는지 알 수 있었다. 2시간 반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이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려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을 거다.

그리고 원작의 깊이와 복잡성도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1965년에 쓰인 소설이 지금 읽어도 이렇게 현대적이고 예언적일 줄이야.

지금은 '듄 메시아'도 주문해놓은 상태다. 듄 파트 2를 보기 전에 미리 읽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또 어떤 차이점들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혹시 나처럼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이라면, 원작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같은 이야기지만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