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드니 빌뇌브의 '듄' 영화를 먼저 봤다. 2021년에 극장에서 보고 나서 완전히 매료되어서, 그제야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 '듄(Dune)'을 주문했다.
"영화가 이렇게 좋으면 원작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
이런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는데... 아, 이게 정말 같은 이야기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부분들이 많아서 당황했다.
처음 느낀 가장 큰 차이점
영화를 먼저 본 내 입장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폴 아트레이데스의 나이였다. 영화에서는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해서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원작에서 폴은 고작 15세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어? 이 캐릭터가 15살이라고?" 하면서 멈춰서 다시 확인했다. 특히 체니와의 로맨스 부분에서는... 음, 좀 어색했다. 영화에서는 성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로 봤던 장면들이, 원작에서는 15세 소년의 이야기라니.
하지만 며칠 더 읽어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원작의 폴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베네 게세리트 훈련을 받은 초인적 존재로 그려진다. 빌뇌브 감독이 나이를 올린 건 현대 관객들에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한 선택인 것 같다.
레이디 제시카, 이렇게 다른 캐릭터였다고?
영화에서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제시카는 강인하면서도 절제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원작의 제시카는... 훨씬 더 감정적이고 인간적이다.
특히 레토 공작이 죽고 난 후의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영화에서는 슬픔을 억누르며 폴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 원작에서는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는 모습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아, 이래서 원작 팬들이 영화 캐릭터에 대해 아쉬워했구나" 싶었다. 원작의 제시카가 더 입체적이고 복잡한 캐릭터라는 걸 읽으면서 깨달았다.
스틸가의 첫 등장, 완전히 다른 임팩트
이 부분에서 나는 정말 당황했다. 영화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스틸가는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원작에서 스틸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잠깐, 이게 맞나? 폴과 제시카를 처음 만났을 때 스틸가가 제시카를 죽이려 했다는 걸 읽고 책을 덮고 다시 펼쳤다.
영화에서는 경계는 하지만 곧바로 동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는데, 원작에서는 훨씬 더 적대적이고 불신에 가득 찬 관계로 시작한다. 프레멘들의 생존 본능과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원작에서 훨씬 더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시간의 흐름, 이것도 이렇게 다를 줄이야
영화를 볼 때는 모든 일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원작에서는... 아라키스에서의 시간이 훨씬 길게 흘러간다.
특히 폴이 프레멘이 되는 과정이 원작에서는 몇 년에 걸쳐 일어난다. 영화에서는 몇 달 정도로 압축된 느낌이었는데, 원작을 읽으니 폴의 변화가 더 점진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폴과 체니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는 첫눈에 반하는 로맨스 같았다면, 원작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훨씬 길고 깊이 있게 그려진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 내면의 목소리들
원작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의 내면 독백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폴의 프레시언트(미래를 보는 능력) 능력이 원작에서는 훨씬 더 복잡하고 괴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수많은 미래를 동시에 보면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폴의 내면"을 영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책에서는 몇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는 복잡한 심리 상태가, 영화에서는 티모시 샬라메의 표정 연기로만 전달되어야 했으니까.
결국 내린 결론
한 달 정도 걸려서 원작을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도 영화와 원작 모두 더 좋아지게 되었다.
빌뇌브 감독이 얼마나 신중하게 각색했는지 알 수 있었다. 2시간 반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이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려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을 거다.
그리고 원작의 깊이와 복잡성도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1965년에 쓰인 소설이 지금 읽어도 이렇게 현대적이고 예언적일 줄이야.
지금은 '듄 메시아'도 주문해놓은 상태다. 듄 파트 2를 보기 전에 미리 읽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또 어떤 차이점들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혹시 나처럼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이라면, 원작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같은 이야기지만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