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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을 읽고 14일간 실천한 솔직한 변화 기록

by cocoly_chae 2025. 8. 3.

50대가 되어 찾아온 예상치 못한 자존감 위기

올해 53세가 되었습니다. 젊을 때는 자존감이라는 말 자체를 잘 사용하지도 않았고,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나는 나대로 살고 있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작년 여름쯤부터 이상한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직장에서 후배들과 대화할 때 자꾸 "내가 뭘 안다고..."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거울을 볼 때마다 "늙었네, 이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올랐어요.

결정적인 순간은 지난 겨울이었습니다. 회사 신년회에서 20대 후배가 제게 "○ ○ 님은 경험이 많으시니까 조언 좀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내가 뭘 조언할 수 있을까? 나도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문이 막혔어요.

그날 밤, 집에서 혼자 앉아있는데 문득 깨달았어요. 언제부터인가 제가 저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어졌다는 걸요. 50년 넘게 살아왔는데, 정작 '나'에 대한 확신은 사라져 있었던 거예요.


책과의 만남 - 『자존감 수업』을 선택한 이유

서점에서 자기계발서 코너를 뒤적이다가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을 발견했어요. 솔직히 처음엔 '50대가 자존감 수업이라니...'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목차를 보니 제 상황과 비슷한 내용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는 챕터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을 때 뭔가 확 와닿았어요:

"나이가 들수록 자존감은 더욱 중요해진다. 젊을 때는 외부의 평가나 성취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바로 제 이야기더라고요. 젊을 때는 승진, 연봉 인상, 결혼, 육아 등등 외부적인 성취들로 '나는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는데, 50대 중반이 되니 그런 외부적 동력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거든요.


책에서 찾은 나만의 실천 루틴 3가지

책에서 제안하는 여러 실천법 중에서, 제 상황에 맞는 3가지를 골랐어요:

1. 매일 아침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말하기
2. 매일 저녁 '내가 잘 처리한 일 3가지' 기록하기
3. 사람들 앞에서 '나이 핑계' 또는 '자기 비하' 발언 줄이기

특히 3번이 가장 어려웠어요. 50대가 되면서 무의식적으로 "나는 이제 늙어서..." "요즘 젊은 사람들만큼은 못하지만..." 이런 말을 자주 하고 있었거든요.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에서는 이런 게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습관이라고 하더라고요.


14일간의 실천 기록 -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1주차 (1일~7일): 어색함과의 전쟁

1일차: 아침에 거울 보며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데, 너무 어색해서 웃음이 나왔어요. 50년 넘게 살면서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3일차: 직장에서 후배가 " ○  님은 경험이 많으시니까..."라고 말했을 때, "아니야, 나도 모르는 게 많아"라고 자동으로 답하려다가 잠깐 멈춤. 대신 "그래, 내가 아는 선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네"라고 말했어요. 작은 변화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었어요.

5일차: '잘 처리한 일 3가지' 적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처음엔 "회의에서 좋은 의견 냄", "동료와 갈등 없이 업무 마무리", "집에 와서 남편과의 대화" 이런 식으로 적었는데, 며칠 지나니까 이것도 나름의 성취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7일차: 회사 회식에서 평소 같으면 "나는 이제 늙어서 젊은 사람들 따라가기 힘들어"라고 했을 텐데, 그냥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겠다"고만 말했어요. 의외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2주차 (8일~14일): 조금씩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

9일차: 아침 루틴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어요. "오늘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말이 이제는 나름 진심처럼 들리기 시작했거든요.

11일차: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예전 같으면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번엔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13일차: 남편이 "요즘 표정이 좀 밝아진 것 같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느끼기 전에 주변에서 먼저 알아채는 게 신기했어요.

14일차: 2주간의 기록을 다시 읽어보니, 첫날과 마지막 날의 저녁 기록이 확연히 달랐어요. 처음엔 "그냥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 정도였는데, 마지막엔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했다", "새로운 업무를 차근차근 학습했다", "남편과 미래 계획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했더라고요.


2주 후 달라진 것들 -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

가장 큰 변화: 말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나는 이제 늙어서...", "젊은 사람들만큼은 못하지만..." 이런 말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의식적으로 이런 표현을 피하게 되었어요.

대신 "내 경험으로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런 식으로 말하니까, 상대방도 저를 다르게 대하는 것 같더라고요. 더 이상 '늙은 사람' 취급을 받지 않고, '경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느낌이에요.

직장에서의 자신감 회복

가장 큰 변화는 회의 시간이었어요. 예전에는 의견을 말하기 전에 "제가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전치사를 항상 붙였는데, 이제는 "제 생각에는..." 또는 "제 경험으로는..." 이렇게 좀 더 당당하게 말하게 되었어요.

후배들도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아요. 전에는 약간 동정하는 듯한 시선이 있었다면, 이제는 정말로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었어요.

가족 관계에서의 변화

남편과의 관계도 조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나는 이제 나이도 들고, 능력도 없고..." 이런 식으로 자주 푸념했는데, 이제는 "오늘 이런 일을 잘 처리했다", "이런 계획을 세워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남편도 "예전보다 대화하기가 좋아졌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계속 부정적인 말을 하니까 남편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50대에게 자존감이 왜 중요한가 - 책을 통해 깨달은 것들

책을 읽고 실천하면서 깨달은 건, 50대의 자존감은 젊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라는 점이에요.

20-30대의 자존감은 '나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면, 50대의 자존감은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는 수용의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특히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구절이었어요:

"자존감은 나이와 함께 쌓여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50년을 살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자존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 매일 작은 실천을 통해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더라고요.


아직 어려운 부분들과 계속 실천 중인 것들

여전히 어려운 부분들:

1. 가족 관계에서의 역할 변화
아직도 자식들 앞에서는 '완벽한 엄마'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실수하거나 모르는 일이 있을 때 솔직히 인정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2.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이 나이에 뭘..."이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것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워요.

계속 실천하고 있는 것들:

1. 매일 아침 긍정 선언
이제는 거울을 보며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가끔 "오늘은 새로운 것을 하나 배워보자" 이런 식으로 변형해서 말하기도 해요.

2. 저녁 성취 기록하기
이건 정말 효과가 좋아서 계속하고 있어요. 하루를 돌아보면서 제가 잘한 일들을 찾아 적는 습관이 자존감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3. 언어 습관 개선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이를 핑계로 하는 말이나 자기 비하 발언을 의식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50대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분들:

  • "나는 이제 늙었다"는 생각이 자주 드시는 분들
  • 젊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주눅이 드시는 분들
  • 예전만큼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느끼시는 분들
  • 정년 이후 삶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신 분들

실천할 때 주의할 점들:

1. 완벽주의는 금물
저도 처음에는 매일 완벽하게 실천하려고 했는데, 하루 빠뜨렸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2. 나만의 방식 찾기
책에서 제안하는 모든 방법이 다 맞는 건 아니에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조금씩 수정해 가면서 실천하는 게 중요해요.

3. 가족과 함께 하기
가능하다면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변화 노력을 이야기해보세요. 저는 남편에게 말했더니 격려해 주고 관심 가져주더라고요.


마무리하며 - 50대는 새로운 자존감을 만들어가는 시기

2주간의 실천을 통해 깨달은 건, 50대의 자존감은 젊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점이에요.

젊을 때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면, 50대의 자존감은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자기 수용에 가까워요.

그리고 이런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작은 실천을 통해 쌓아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외부적인 성취나 인정은 줄어들 수 있지만, 내면의 힘은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그리고 그 내면의 힘이 바로 성숙한 자존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50대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쯤은 이런 시도를 해보시길 권해드려요. 2주면 충분히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으니까요.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인정하는 연습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P.S.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시거나, 다른 자존감 회복 방법을 실천해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서로의 경험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