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작가의 『아몬드』가 감정, 공감, 인간관계의 의미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살펴봅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감성 지능의 본질을 생각해 봅니다.
서론
느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슬픔, 기쁨, 분노, 사랑—이런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인간일 수 있을까요?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는 바로 이 질문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의 시선을 통해, 이 책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감정을 익히고 표현하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아몬드』는 깊은 울림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감정 성장과 공감 능력의 본질을 짚어보겠습니다.
윤재: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는 편도체가 작게 태어난 특이한 뇌 구조를 가졌습니다. 이 때문에 두려움, 분노, 기쁨 등 일반적인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울지 않고, 웃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감정 반응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몬드』는 이러한 윤재의 감정 결핍을 결함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제시합니다. 아이들은 윤재를 통해 감정이란 태어날 때부터 ‘갖춰진 능력’이 아니라, 천천히 배워가고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인생의 전환점: 상실과 책임
윤재의 삶은 갑작스러운 폭력으로 인해 극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를 가장 잘 이해해주던 엄마와 할머니를 한순간에 잃고, 윤재는 감정이 가득한 세상에 홀로 남겨집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윤재에게 단번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지만, 감정 세계를 ‘관찰’하고 ‘해석’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독자들은 윤재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감정 성장의 시작은 ‘느낌’이 아닌 ‘이해’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곤: 윤재의 감정을 깨우는 친구
윤재의 감정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곤’입니다. 충동적이고 거칠지만, 내면엔 깊은 상처와 분노를 가진 인물인 곤은 윤재와 완전히 상반된 존재입니다. 두 사람은 처음엔 충돌하지만, 점차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갑니다. 곤은 윤재를 자극하고, 윤재는 곤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이 관계는 ‘우정’이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에게는 친구 관계 속에서 감정을 배우고 표현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작지만 큰 변화들
『아몬드』의 진정한 힘은 서서히 다가오는 변화에 있습니다. 윤재는 어느 날 갑자기 감정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행동들—선물을 건네거나, 말을 건네는 것,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닦아주는 행동 등을 통해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런 변화들은 독자에게 ‘감정 성장’이란 극적인 반전이 아닌, 일상의 작은 실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들에게도 희망과 위로가 되는 메시지입니다.
결론: 조용하지만 강력한 인간 수업
『아몬드』는 큰 소리로 말하지 않지만, 마음속 깊이 울리는 책입니다. 감정이 없어 보이는 윤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감정을 느끼는 능력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공감은 단지 ‘느낌’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아몬드』는 감정이 어려운 세상 속에서 조용한 성장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보여줍니다. 감정에 대해 배우고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이 책은 따뜻하고 깊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