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예전에 유튜브로 책 리뷰를 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책은 그냥 읽으면 되는 건데, 왜 굳이 남이 읽는 걸 봐?"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우연히 몇 개 채널을 구독하게 되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6개월 동안 열심히 팔로우하면서 깨달은 건... 이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가 단순한 '책 리뷰'가 아니라는 거였다.
처음엔 그냥 '책 정보'를 찾았는데
처음에 북튜버 영상을 찾아본 건 정말 실용적인 이유였다. 새로운 책을 사야 하는데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서였다. 서점에서 한참 서성이다가 "그냥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이라도 보자" 해서 검색했다.
첫 번째로 본 채널이 '슬아늘다'였다. 제목만 보고는 "뭐 대충 책 줄거리 요약해주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영상을 보는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되더라. 책 내용보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라는 이야기들이 훨씬 많았다. 처음에는 "정보가 부족한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에 그 책을 실제로 주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깨달은 첫 번째 비결: '책을 매개로 한 일상 이야기'
몇 개월 동안 여러 북튜버들을 보면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인기 있는 채널들은 모두 책 자체보다는 '책을 읽는 자신의 경험'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바제시카'는 책 리뷰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연애 경험, 직장 생활 스트레스, 가족 관계 고민들을 책과 연결지어서 이야기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을 보면서 제 전 남친이 생각났어요"라든지, "작가가 말하는 '경계설정'이 저에게는 정말 필요했거든요"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댓글들을 보니까 시청자들이 정말 좋아하더라. "저도 똑같은 생각 했어요!", "언니 말 들으니까 저도 그 책 읽어보고 싶어져요" 이런 반응들이 가득했다.
깨달은 두 번째 비결: '함께 읽는 느낌'
'책그남'이라는 채널을 보면서 또 다른 포인트를 발견했다. 이 유튜버는 책을 읽으면서 실시간으로 드는 생각들을 그대로 말한다.
"아 이 부분에서 좀 지루해지네요", "어? 이건 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와 이 문장 진짜 좋다" 이런 식으로 정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마치 옆에서 친구가 책 읽으면서 중얼거리는 걸 듣는 느낌이었다.
나는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데, 이런 영상을 보니까 "아,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특히 어려운 책이나 무거운 주제의 책을 읽을 때 이런 영상을 먼저 보고 읽으면 훨씬 수월하더라.
가장 중요한 발견: '완벽하지 않음'을 드러내기
6개월 동안 관찰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인기 북튜버들이 모두 '완벽한 독서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원더우먼'은 "저 사실 이 책 반도 못 읽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책찾남'은 "이해 못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부끄럽네요"라고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이런 걸 왜 영상으로 만들지?" 생각했는데, 댓글 반응을 보니까 시청자들이 오히려 더 친근함을 느끼더라. "저도 그래요!", "완독 못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런 반응들이 엄청 많았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이 영상들을 보는구나. 완벽한 서평이나 분석을 원하는 게 아니라, '나도 책 읽기 어려워하는데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얻고 싶어하는 거였다.
내가 직접 경험한 '정서공유'의 힘
이런 관찰을 하다가 나도 궁금해져서, 한 달 정도 북튜버들이 추천한 책들을 따라 읽어봤다. 그리고 영상과 함께 책을 읽는 경험을 해봤다.
정말 신기했다. 같은 책인데 혼자 읽을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유튜버가 "이 부분에서 울었어요"라고 하면 나도 그 부분에서 더 집중하게 되고, "이건 좀 아쉬웠어요"라고 하면 나도 비슷하게 느끼게 되더라.
특히 '밀크북'에서 추천한 『82년생 김지영』을 읽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유튜버가 "직장 여성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고 한 말 때문에, 나도 그런 관점으로 읽게 되었다. 혼자 읽었다면 놓쳤을 감정들을 함께 나눈 느낌이었다.
왜 '리뷰'가 아닌 '정서공유'일까?
몇 달 동안 분석해보니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정보가 아니라 '공감'이었다. 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이 책을 읽은 누군가의 솔직한 감정'을 듣고 싶어한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어도 그걸 나눌 사람이 많지 않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는 부담스럽고, 주변에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북튜버는 '내 독서 경험을 들어줄 친구'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댓글들을 보면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언니가 말해주니까 제 감정이 정리되네요" 이런 반응들이 정말 많다. 단순히 책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검증받고 공유하고 싶어하는 거다.
결론: 새로운 형태의 '독서 공동체'
6개월 동안 북튜버들을 팔로우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들이 만든 게 새로운 형태의 '독서 공동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독서 모임은 책에 대한 토론이나 분석에 집중했다면, 유튜브의 독서 공동체는 '책을 매개로 한 감정 나누기'에 더 초점을 맞춘다. 책 자체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한 콘텐츠가 된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무슨 콘텐츠야?"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매력에 빠졌다.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 되었고, 혼자서는 절대 읽지 않았을 책들도 도전해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채널들을 팔로우할 것 같다. 단순히 책 추천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 그 따뜻한 느낌 때문에. 이게 바로 북튜버들이 성공하는 진짜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