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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도서관 이용자 폭증, 동네 도서관은 정말 사라질까?

by cocoly_chae 2025. 8. 11.

'전자도서관 이용자 폭증, 동네 도서관은 정말 사라질까' 라는 제목의 텍스트와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바닥에 앉아 즐겁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의 만화 이미지
전자도서관 이용자 폭증, 동네 도서관은 정말 사라질까?

 

코로나19 이후 우리 동네 도서관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평일 오후에 가면 한산했던 열람실이 지금은... 사람이 없다. 정확히는 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집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빌려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나도 처음에는 "종이책이 좋은데 굳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너무 편리해서 놀랐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변화가 계속되면 우리 동네 도서관은 어떻게 될까?

전자도서관, 이렇게 급성장했다고?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찾아보니까 정말 놀라운 수치들이 나왔다. 2019년 대비 2022년 전자도서관 이용자 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는 거다.

내 경험으로도 실감이 났다. 2020년 초에 처음 전자도서관 앱을 깔았을 때는 원하는 책을 바로 빌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인기 도서는 대기자가 50명이 넘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었구나" 싶었다.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폭발적이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책 읽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전자도서관 앱을 사용하고 있더라.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언제든 반납 걱정 없이 읽을 수 있으니까 당연한 선택인 것 같다.

동네 도서관, 정말 위기일까?

하지만 실제로 우리 지역 도서관들을 방문해보니 생각보다 복잡한 상황이었다. 책 대출 수는 확실히 줄었지만, 도서관이 완전히 한산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이용 패턴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스터디 공간으로 활용하는 대학생들,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들,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장년층들... 책을 빌리려는 목적보다는 '공간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실제로 우리 동네 도서관 사서님께 물어보니, "대출 통계는 줄었지만 방문자 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하시더라.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식이 바뀐 거지, 도서관 자체가 필요 없어진 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내가 경험한 '변화하는 도서관'

최근 몇 개월 동안 의도적으로 여러 도서관을 방문해봤다. 각 도서관마다 나름의 생존 전략을 찾아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성남시 중앙도서관은 '디지털 체험 공간'을 대폭 확장했다. VR 체험, 3D 프린터, 코딩 교육 등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주말에 가보니 아이들과 부모들로 북적였다.

강남구립 도서관은 '워킹 스페이스' 개념을 도입했다. 와이파이, 콘센트, 조용한 환경을 제공하는 일종의 공공 코워킹 스페이스 역할을 하고 있었다. 프리랜서나 재택근무자들이 많이 이용하더라.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부천시립 도서관이었다. 여기는 아예 '북카페' 같은 분위기로 리모델링해서, 책을 읽으면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작은 토론회나 북클럽 모임도 자주 열린다. 전자책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사회적 독서' 공간을 만든 거다.

전자도서관의 한계도 분명히 있더라

6개월 동안 전자도서관을 열심히 써보면서 느낀 아쉬운 점들도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눈의 피로였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다가 또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으려니까 눈이 너무 아팠다. 특히 긴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는 종이책이 훨씬 편했다.

그리고 집중도의 차이도 컸다. 스마트폰으로 읽다 보면 카톡 알림, 인스타그램 알림 등에 자꾸 방해받게 된다. 도서관에서 종이책으로 읽을 때의 그 깊은 몰입감은 전자책으로는 아직 구현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무엇보다 우연한 발견의 재미가 없다는 게 아쉬웠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 생각보다 재밌었던 경험들, 그런 세렌디피티는 전자도서관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공존의 길을 찾아가는 중

결국 몇 달간의 관찰과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전자도서관과 물리적 도서관이 완전히 대체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도서관은 편의성과 접근성에서 압도적인 장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책을 빌려볼 수 있고, 반납 걱정도 없고,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특히 직장인들이나 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혁신적인 서비스다.

반면 물리적 도서관은 공간과 경험의 가치를 제공한다. 조용한 독서 환경, 사회적 상호작용, 우연한 발견의 기회, 집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들... 이런 것들은 디지털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미래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의 도서관은 아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 같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이미 선진적인 도서관들은 이런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 문화 프로그램, 커뮤니티 공간, 평생교육 센터... 이런 다양한 기능들을 통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자도서관은 '개인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로, 물리적 도서관은 '공동체의 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각각의 역할을 찾아가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결론

6개월 동안 두 시스템을 모두 써보면서 느낀 건, 굳이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목적에 따라 적절히 섞어서 쓰는 게 가장 현명한 것 같다.

출퇴근길에는 전자책으로,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종이책으로. 가벼운 에세이는 스마트폰으로, 깊이 있는 인문서는 조용한 열람실에서. 이렇게 각각의 장점을 살려서 사용하면 독서의 폭과 깊이를 모두 늘릴 수 있을 거다.

동네 도서관이 사라질 거라는 걱정은 기우인 것 같다. 다만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삶에 스며들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변화가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게 요즘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