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희 작가의 『악플전쟁』은 평범한 중학생이 악플 피해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과 사회적 반응을 생생하게 그린 청소년 소설입니다. 이 책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디지털 공간에서의 말의 무게와 책임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공감과 분노, 그리고 성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청소년은 물론, 어른 독자에게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윤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서론: 악플전쟁, 키보드 뒤에 숨은 말의 책임을 묻다
“그냥 농담이었어.” “장난이었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SNS가 일상이 된 오늘날, 익명성에 숨어 누군가를 향해 쏘아대는 말들은 상처가 되어 날아갑니다. 이규희 작가의 『악플전쟁』은 바로 그런 시대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한 청소년 소설입니다. 평범한 중학생이 악플의 표적이 되며 겪는 혼란과 절망,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통해 이 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말에는 정말 책임이 없을까?” 이번 글에서는 『악플전쟁』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언어폭력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주인공 ‘소리’, 평범한 아이가 악플의 대상이 되기까지
이야기의 중심에는 주인공 ‘소리’가 있습니다. 평범하고 조용한 중학생인 그녀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던 인물이었지만,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학교 게시판과 SNS에서 집중적인 악플 공격을 받게 됩니다. 처음엔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말들이었지만, 그 말들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악의적 댓글과 루머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그녀를 둘러쌉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 모든 일이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친구였던 아이들, 전혀 상관없는 반 친구들, 이름도 모르는 사용자들… 작가는 이를 통해 ‘악플’이 결코 특정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며, 모두가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하게 합니다. 소리는 점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학교생활에서도 고립되며, 자신에 대한 신뢰마저 잃게 됩니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삶을 흔들다
『악플전쟁』이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 안의 말들이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댓글창이나 단체 채팅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말투, 짧은 문장 속에 담긴 비아냥, 감정 없는 이모티콘… 독자는 그 익숙한 언어들이 실제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하게 됩니다.
책은 단지 ‘악플은 나쁘다’는 교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악플이 퍼지는 메커니즘, 가해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당화하는지, 방관자의 심리는 어떤지 등,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황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성찰을 유도합니다. 특히 “난 그냥 따라 썼을 뿐인데?”라고 말하는 등장인물들의 태도는, 실제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단 무책임’의 실체를 보여줍니다.
피해자에게 요구되는 침묵, 가해자에게 주어지는 관용
작품 속에서 소리는 점점 말을 잃어갑니다. 자신의 해명은 오히려 또 다른 공격을 유발하고, 주변 어른들은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소리는 무너져갑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침묵을 강요당하는 피해자’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한편, 가해자들은 적당한 사과와 몇 마디 변명으로 쉽게 용서받습니다. 누군가는 “어린 애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처벌까진 좀 너무하잖아”라며 동정을 보냅니다. 이 대조는 독자로 하여금 ‘진짜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과연 우리가 사과받아야 할 대상은 누구이며, 보호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학교, 가족, 사회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 책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공동체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학교는 사건을 축소하거나 회피하려 하고, 친구들은 입을 다물며 방관합니다. 가족은 딸의 고통을 곧바로 알아채지 못합니다. 이 모든 모습은 현실의 많은 사례와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친구 중 한 명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고, 선생님 중 한 사람은 진심을 담은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 작고 소중한 행동들이 모여, 소리에게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줍니다. 이 장면들은 독자에게 “나 하나의 행동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책임감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말의 윤리’
『악플전쟁』은 단순한 청소년 문제 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말의 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말이 기록되고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단 한 줄의 말에도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작가는 이야기 끝에서 소리가 조금씩 다시 말을 되찾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단지 피해자만의 몫이 되어선 안 됩니다. 모두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워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악플전쟁’을 끝낼 수 있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결론: 말이 칼이 될 수도, 다리가 될 수도 있다면
이규희 작가의 『악플전쟁』은 온라인이라는 익명성과 거리감 속에서 점점 무뎌져가는 ‘말의 무게’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농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를 흔드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말의 결과는 누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
이 책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윤리’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매우 현실적으로 체감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더불어 어른 독자에게도, 자녀를 둔 부모나 교육자에게도, 우리가 어떤 태도로 아이들의 세계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되묻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당신의 말은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있습니다. 그게 칼이 될지, 다리가 될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