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북 페스티벌과 작가 강연회를 다니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기회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냥 팬심으로 참석했는데, 들어보니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더라.
특히 "어떻게 이런 히트작을 쓸 수 있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생각보다 솔직하고 현실적이었다. 화려한 성공담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시행착오와 우연이 더 많이 언급되어서 놀랐다.
1. "실패작이 성공의 밑거름이었어요"
어떤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전에 쓴 소설들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출간도 못하고, 편집자들한테 혹평만 받았죠.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이야기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걸요."
그는 실패 이후 독자들의 반응을 더 세심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점에서 사람들이 어떤 책을 집어 드는지, 온라인 서평에서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꼼꼼히 체크했다는 것이다.
"대표작을 쓸 때는 처음으로 '독자가 재밌어할까?'를 먼저 생각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쓰니까 저도 더 재밌게 쓸 수 있더라고요."
2. "우연한 대화에서 모든 게 시작됐어요"
또 다른 작가는 자신의 베스트셀러들이 모두 '우연한 순간'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옆자리 사람이 전화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들었는데, 그 한 마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어요. 그게 결국 소설의 출발점이 되었죠."
이 작가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포착력'이라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야기로 확장시키는 능력 말이다.
"많은 예비 작가들이 거창한 주제를 찾으려고 해요. 하지만 정작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은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아요. 중요한 건 그 사소함을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느냐죠."
3. "독자를 믿지 말고 의심하세요"
한 작가는 독자에 대한 '건전한 의심'이 필요하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독자들이 '감동적이었어요', '재밌었어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정말로 감동받은 건지, 아니면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그는 독자 반응을 분석하는 나름의 방법을 공개했다. 단순한 칭찬보다는 구체적인 언급을 주목한다는 것이다. "3장에서 울었어요",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이었어요" 같은 구체적인 피드백이 진짜 반응이라고 했다.
"초고를 지인들에게 보여줄 때도, '좋다'는 말보다는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 더 도움이 됐어요. 비판적인 독자들이 오히려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줘요."
4. "트렌드를 따라가지 말고 앞서가세요"
어떤 베테랑 작가는 '트렌드 읽기'에 대한 독특한 견해를 보였다.
"많은 작가들이 지금 인기 있는 장르나 소재를 따라 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트렌드를 따라가는 순간, 이미 그 트렌드는 지나가고 있거든요."
그는 대신 '2-3년 후의 트렌드'를 예측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현재 사회에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문제들, 아직 본격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은 갈등들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히트작들을 보면, 모두 그 시대보다 조금 앞선 문제의식을 다뤘어요. 사회적 이슈가 본격화되기 전에 미리 감지하고 작품화한 거죠. 그런 변화의 조짐을 먼저 포착하는 게 중요해요."
5. "완벽을 추구하지 마세요"
한 작가는 '완벽하지 않은 글'이 오히려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의외의 조언을 했다.
"젊은 작가들 원고를 보면 너무 완벽하려고 해요. 문장도 완벽하고, 구성도 완벽하고, 주제의식도 완벽하고... 그런데 그런 글은 재미가 없어요. 너무 매끄러워서 오히려 기억에 남지 않아요."
그는 자신의 초기작들을 돌아보며, 오히려 '어설픈' 부분들이 독자들에게 더 어필했다고 분석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이 스스로 상상할 여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작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걸 다 설명하지 않았어요. 독자들이 궁금해하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남겨뒀죠. 그런 '불완전함'이 오히려 책의 매력이 된 것 같아요."
내가 발견한 공통점들
몇 년 동안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째, 모든 작가들이 '독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독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둘째, '일상에서의 발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거창한 주제보다는 사소한 일상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찾는다.
셋째, '실패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패 경험을 다음 작품의 밑거름으로 활용한다.
넷째, '예측과 직관'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와 트렌드 분석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작가 개인의 직관과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나에게 남은 깨달음
이런 강연들을 들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처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라는 점이다. 끊임없는 관찰과 시행착오, 그리고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찾아간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모든 작가들이 '기술'보다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화려한 문체나 복잡한 구성보다는, 독자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일상을 예민하게 관찰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성'을 강조하더라. 억지로 만들어낸 이야기보다는, 작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낼 때 독자들도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작가 강연회나 북토크 기회가 있으면 계속 참석해볼 생각이다. 책으로는 알 수 없는 생생한 경험담들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씩은 들어볼 만한 조언들이었다.
단순히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는 '왜 쓸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