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20대 여성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가족, 사랑, 인간관계 속의 모순을 겪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갈등과 자아 찾기의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오늘날 청춘들이 공감할 만한 질문을 던지는 이 소설은 시대를 초월한 공감과 울림을 전합니다.
서론: 모순, 삶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
삶은 늘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옳다고 믿는 것을 다른 이는 틀렸다고 말하고, 어떤 감정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이해되지 않기도 하죠. 양귀자 작가의 장편소설 『모순』은 이러한 인생의 복잡하고도 일상적인 모순들을 20대 여성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풀어낸 작품입니다. ‘모순’이라는 단어처럼, 이 소설은 도무지 정리되지 않는 현실과 감정을 직시하며, 청춘의 언어로 삶을 고백합니다.
인물 소개: 평범해서 더 현실적인 주인공, 안진진
주인공 안진진은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성입니다. 대학을 다니고, 알바를 하고, 연애도 하지만 그녀의 삶은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서 그녀는 치열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사회,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진진이 겪는 가족 간의 갈등, 이별의 아픔, 자아 정체성의 혼란은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장면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가장 가까운 관계 속의 모순
『모순』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관계의 갈등은 가족입니다. 안진진은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아버지와 삼촌 사이에서 전개되는 과거와 현재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가족이라는 제도가 가지는 이중성을 체감합니다. 가족은 사랑이자 상처이며, 지지이자 구속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모 ‘안영숙’은 가족 내에서 진진에게 또 하나의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영숙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살아가려 했지만, 결국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고, 자신이 선택한 삶의 결과를 스스로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진진은 영숙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와 ‘사회가 원하는 나’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이기심과 자기 탐색
소설 속 안진진의 연애 역시 많은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항상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갑니다. 상대방의 존재가 곧 나의 자존심이 되기도 하고,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양귀자 작가는 ‘사랑’이라는 개념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 그것이 내포하는 이기적인 감정과 복잡함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안진진이 사랑에 대해 느끼는 혼란은 결코 특별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사랑하면서 마주하는 이중적인 감정, 그 모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기록’으로도 읽힙니다.
성장의 본질은 모순을 끌어안는 데 있다
『모순』은 주인공이 어떤 극적인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서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녀는 모순을 끌어안는 법을 배우고, 세상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자세를 갖게 됩니다. 이는 단지 주인공의 변화가 아니라, 독자에게 전하는 삶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양귀자 작가는 진진의 성장을 통해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때로는 부정하고 싶고, 모른 척하고 싶으며, 외면하고 싶은 감정들마저도 우리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결론: 당신의 삶도 모순투성이여도 괜찮습니다
『모순』은 거창한 사건이나 반전 없이도 우리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겪는 갈등, 이해되지 않는 감정들, 끊임없는 자기 회의들이 모두 ‘모순’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귀자 작가는 이 모순들을 감추거나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결국엔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줍니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이들에게, 『모순』은 말합니다. “당신의 삶도 모순투성이여도 괜찮습니다. 그게 바로 인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