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 작가의 『겁보 만보』는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기만 한 주인공 '만보'가 세상을 마주하며 점차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법을 알려주는 감성 성장동화입니다. 겁쟁이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아, 불안한 아이들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작품입니다. 유쾌하고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겁 많은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용기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서론: 겁보 만보, 두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내딛는 용기의 기록
우리는 누구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발표가 두렵고, 누군가는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게 두렵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일수록 훨씬 더 크고,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김유 작가의 『겁보 만보』는 바로 그런 두려움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만보’는 이름처럼 천천히, 조금씩, 세상과 마주하는 아이입니다. 그는 겁이 많고, 늘 불안해하며, 어떤 일이 닥치기만 해도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만보를 ‘고치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만보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하며, 천천히 스스로의 리듬대로 걸어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응원해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겁보 만보』 속에서 만보가 경험하는 두려움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용기의 순간들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겁이 많은 아이, 만보를 소개합니다
‘만보’는 한눈에 보기에도 겁이 많은 아이입니다. 놀이터의 높은 미끄럼틀이 무섭고, 새로운 반 친구들과 인사하는 것도 떨립니다. 급식 시간에 줄을 서는 것도, 발표 시간에 이름이 불리는 것도 그에겐 하나하나가 큰 산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만보를 단순히 ‘나약한 아이’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보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여주며, 겁이 많은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 두려움을 어떻게 감지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이 과정은 겁이 많은 독자에게는 강한 공감을,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깊은 이해를 선사합니다. “왜 그걸 무서워해?”라고 쉽게 말하던 아이들도, 만보의 시선을 통해 타인의 두려움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곧 ‘공감’이라는 더 큰 성장을 이끌어냅니다.
두려움은 나쁜 게 아니야
이 책이 가장 인상적인 점은, 두려움을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어린이 책에서는 겁 많은 주인공이 용감해지는 과정을 통해 결국 ‘겁이 사라지는 것’을 해피엔딩으로 그립니다. 그러나 『겁보 만보』는 다릅니다. 이 책에서의 용기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한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보는 발표 시간이 되면 여전히 떨고, 땀이 나며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말해보자”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비록 작고 떨리는 목소리지만, 그 한마디를 해냅니다. 작가는 그 순간을 ‘승리’처럼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만보가 “오늘도 해냈다”고 조용히 격려해줄 뿐입니다. 이런 접근은 두려움 많은 아이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됩니다. 반드시 용감해지지 않아도 괜찮고, ‘나답게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조금씩, 천천히, 나의 속도로
책 제목처럼 만보는 빠르지 않습니다. 늘 망설이고, 돌아서고,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하지만 그 속도는 결코 틀린 것이 아닙니다. 작가는 ‘천천히’ 걸어가는 만보의 속도를 긍정합니다. 세상은 빠른 걸음을 강요하지만, 만보는 자기만의 리듬으로 움직이며 그 속에서 스스로를 다듬어갑니다.
이 메시지는 특히 초등 저학년 독자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요즘 아이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빨리 성장하길 요구받는 환경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만보는 말합니다. “너는 너의 속도로 걸어도 돼.” 그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이 책은 잘 보여줍니다.
만보 곁의 사람들, 함께 만들어가는 성장
『겁보 만보』는 만보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의 성장에는 곁에 있는 사람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 그를 조용히 기다려주는 선생님,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친구, 조용히 응원해주는 가족… 이들은 모두 만보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도와주진 않지만, ‘존중’이라는 방식으로 함께해 줍니다.
이 관계들은 ‘공감’과 ‘존중’이 아이의 내면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독자들이 스스로 “나는 만보 곁의 누군가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장치는, 이 책을 단순한 성장 동화를 넘어 ‘관계의 책’으로도 만들어줍니다.
용기란, 무서워도 멈추지 않는 것
결국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용기’입니다. 그러나 그 용기는 멋지고 화려한 것이 아닙니다. 영웅처럼 용감한 것도 아니고, 무서울 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 용기는 무섭다고 느끼면서도, 그래도 해보는 것입니다. 한 발짝 내딛는 것, 말 한마디를 해보는 것, 울음을 참고 손을 내미는 것… 이런 작고 소박한 행동들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용기’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어른에게도 두려움은 늘 존재하고, 매일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겁 많은 어른들도 만보를 통해 말합니다. “겁쟁이여도 괜찮아. 중요한 건 그럼에도 해보는 거야.”
결론: 겁 많아도 괜찮아, 그건 네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야
김유 작가의 『겁보 만보』는 그 어떤 교훈보다도 깊은 위로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겁 많은 아이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를 느끼게 하고, 그런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그저 기다려주는 것도 큰 응원이 될 수 있구나”를 깨닫게 해줍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가르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는 이미 용기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겁을 무릅쓰고 오늘도 천천히 한 발 내딛는 만보처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용기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만보가 될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이 책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겁쟁이여도 괜찮아. 그건 네가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니까.”